‘철거 명령, 동상 건립 승인 취소 처분’ 취소 주문

6ㆍ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 때 10만명의 피란을 도운 김백일 장군의 동상 철거 논란에 대해 법원이 동상을 설치한 단체 쪽 손을 들어줬다.
창원지법 제1행정부는 10일 사단법인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거제시장을 상대로 낸 '동상 철거 명령 및 철거대집행 계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거제시는 철거 명령과 동상 건립 승인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거제시는 동상의 설치로 시민의 화합과 통합, 법치국가의 원리, 행정의 법률 적합성 등 공익이 침해된다고 주장하지만 동상의 설치가 공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거제시가 동상 건립을 승인해 사업회측이 동상 제막식까지 개최했다"며 "비록 승인 자체가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신뢰한 사업회 측의 이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업회는 지난해 5월27일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 과정에서 반대하는 미군을 설득, 피란민 10만여명을 승선시킨 공을 기리기 위해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안에 김백일 장군의 동상을 세웠다.
그러나 김 장군이 항일독립군을 토벌한 간도특설대 창설 주역 등의 행적으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철거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경남도는 동상이 1983년에 문화재 자료 제99호로 지정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PX 잔존시설'에서 270여m 지점에 위치해 문화재 영향검토 기준(300m 이내)에 포함돼 있다며 거제시에 원상 복구하라고 통보했다.
이후 거제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사업회 측에 동상의 자진철거를 요구한데 이어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보냈으며 기념사업회는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거제시는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함경북도 출신의 김백일 장군은 1군단장으로 근무하던 1950년 10월 1일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명령을 받고 예하 3사단을 진격시켜 국군 최초로 38선을 돌파했다. 정부는 이날을 국군의 날로 제정했다. 1950년 12월 흥남 철수작전 때는 미 제10군단장인 알폰소 소장과 담판을 벌여 피란민의 안전한 철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51년 3월 전방지휘소 작전회의에 참석한 뒤 귀대하다가 강풍으로 항공기가 추락, 34세의 나이로 숨졌으며 현 김동명 함경북도지사가 김 장군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