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방문단 김인영씨

저는 이북도민 3세로서 친가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외가도 평안북도 용천에서 1948년에 남한으로 오셨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1979년에 아르헨티나에 선교사로 가셨다가 87년도에 미국으로 이민하셨고, 저희 가족은 외할아버지의 초청으로 제 나이 11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저는 재미교포 1.5세가 되었습니다. "내가 왜 한국인으로, 그리고 이북도민으로 태어났는가? 왜 미국시민이 되었는가? 이것이 내 삶에서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중에 저는 이북도민회를 통해 외할머니 대신 고국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뜻 깊은 4박5일 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추억으로만 남긴다면, 엄청난 물질과 시간을 투자한 조국에 큰 실례가 될 것이라는 부담이 있습니다. 받은 것이 많을수록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에 제가 느낀점에 대하여 몇 마디 나누고자 합니다.
1. 한국인의 자긍심
죄송하지만 저는 이민 후, 제가 한국인이란 자부심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헛된 유교사상, 물질중심, 명예중심, 체면중심적인 사회에서 항상 얽매어 있는 한국이 답답하기만 했고, 이 속에서 남는건 심한 사치와 경쟁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비뚤어진 사회라고 생각하여 나라에 대한 수치를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현충원 / 청와대 / 천암함 현장 방문을 통해, 많은 분들의 희생과 열정을 체험하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되었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다정한 삼촌과 대화하는 것 같은 이명박 대통령님의 진솔한 격려의 말씀이 가슴깊이 와 닿았고, 조국과 북한을 향한 사랑이 대통령과의 따뜻한 악수로 온몸에 전율하며 느껴졌습니다.
모든 장점에는 부작용이 있듯이, 완벽한 나라, 흠 없는 족속은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깊은 희생정신, 열정, 끈기, 정 등등?이 더 드러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민속촌, 박물관, 경복궁에서는 우리 조상의 구수한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아, 난 정말 한국사람 이구나. 참 좋다~!" 라고 감탄하는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나라사랑이 부족해서, 그리고 멀리에서만 봐서 부작용에만 초점을 두었던 듯 싶습니다. 아, 대한민국, 내가 그대를 몰라줘서 미안합니다! 대한민국, 자랑스럽습니다!

2. 북한을 위한 마음과 빚진자의 사명의식
저는 지금 세계에서 10위 안에 오르는 시카고 대학에서 의과대학원에 재학중인데, 박사과정까지 함께하며 긴 시간을 요구하는 MD/PhD double degree 프로그램에 있는 10%의 의대생 중 하나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공부에 대한 욕심도, 성공에 대한 욕심도, 더욱이 물질에 대한 욕심도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냐구요? 내가 잘되어서, 내 이웃 하나라도 더욱 행복해 지길, 더욱 풍성한 삶을 살 수 있길 원하는 마음으로 해 왔더니, 하나님이 축복하셔서 여기까지 왔을 뿐입니다. 사랑으로 인해 살고, 사랑을 위해 죽기를 각오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사회의 강박관념으로 부터 저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꿈이 많았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 가장 가치있는 것을 위해 희생하리라 하는 정신으로, 새로운 치료법으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꿈으로, 과학 연구와 의학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꿈과 달리 현실은 너무나 매정하고 장애물 투성이였습니다. 세상은 나를 낙망시키려고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좌절 끝에, 그동안 땀흘려 일했던 모든 것을 포기 하려고 했던 바로 그 날(불과 석달 전), 고국방문의 길이 열렸습니다. 소름끼칠 것 같은 필연입니다. 왜냐하면, 이 방문을 통해서 죽어가던 꿈이 살아나고 사명이 부활되었기 때문입니다.
임진각과 천안함 현장 방문 중, 이 세상에서 가장 황폐한 땅에서, 굶주림과 억압속에서 숨을 거두어야 하는 북한동포들의 실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유도, 기쁨도 알지 못하는 그들은 나의 형제이며, 아버지이며, 이웃입니다. 내 몸은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전혀 알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이북 동포들의 피가 내 안에 흐르고 있는 이상,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남북통일을 위해 울며 기도하시는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저는 북한을 생각하기만 하면 가슴이 아파서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를 따라 무릎 꿇고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아픔은 사명입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할 수 있다는 건, 내 사명과 관련된 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4 박5일 동안 여러 곳에 발을 밟으며, 귀한 교포 분들과의 뜻 깊은 만남 속에서, 나의 사명의 불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는것도 느꼈습니다.
이렇게 굶주리고 영육과 혼이 병들어 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품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며 연구해야 한다고요. 지금은 비록 미약하지만 저는 꿈이 있습니다. 의사로서, 교육자로서, 과학자로서 북한에 병원을 세우며 교육시스템을 통해 나라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혹시 아나요? 저의 이 작은 꿈을 통해 북한이 살아나고, 이로인해 과학 노벨상까지 덤으로 얻어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게 될지요? 헨리 포드는 무거운 마차를 끌어야 하는 말들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리라는 꿈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자동차를 발명했다고 합니다. 하물며 귀한 백성들을 위한 마음으로 인한 꿈이 기적을 낳지 않겠나요? 대통령님의 "기도하면 막힌 길도 열린다. 기적을 믿어라"는 말씀을 길이길이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한 끼 먹을 때 마다 북한을 위해 기도하며 살리라 다짐합니다. 아픔도 사명이지만 은혜도 사명입니다. 일용할 양식의 은혜, 또한 이런 아름다운 고국방문을 할 수 있는 은혜를 되새기면서, 빚진자의 사명을 감당하기로 다짐합니다.
끝으로 우리 도민회가 다음세대에게 희생정신과 남북통일의 비전을 심어주며 자랑스러운 한인으로서 사명의식을 부여해주는 희망의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입니다.
방문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은 불꽃이 되어,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을 큰 불과 같이 빛내는 *디아스포라(diaspora)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이북5도 위원회 여러분과, 고국방문을 위해 수고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여러 분들께, 그리고 모쪼록 시간 내어주시고 저희들을 격려해 주신 이명박 대통령님께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만세~~!!!
* 디아스포라(diaspora) 1. 다른 나라에서 살며 일하기 위한 유대인들의 이동 2. 고국을 떠나는 사람, 집단의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