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방중으로 김정일은 1년 동안 세 번째 중국 방문을 마쳤다. 지난 10년간 벌써 일곱 번째로 중국을 다녀왔지만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일은 일찍부터 중국에 충성을 맹세하며 아버지 김일성의 대를 이어 북한을 통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고 최고지도자로 책봉받는 대신 북한을 중국의 변방 종속국으로 끌고 들어갔다. 작년에 동북3성 지역을 방문했던 김정일이 다시 동북3성과 베이징을 다녀온 것은 자신의 나라가 변방 속국의 위치에 있음을 명확히 천명한 것이다. 민족을 파괴시키고 반문명 상태를 지속시키더라도 중국 공산당이 요구하는 전략을 수행하며 중국과 함께 가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정일이 짧은 기간에 세 번째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과 북한 간에 전통적 관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에게 북한은 군사안보적 관계에 국한되어 있었다. 북한에서 진행되는 문명파괴적 상황이나 경제붕괴와 상관없이 중국에게 북한은 오직 중국공산당의 독점지배를 확고히 하는 방어막이자 대미전략을 위한 수단이었다. 지정학적으로 북한은 중국 공산당 지배를 수호하는 전진 방어기지이자 군사적 전초기지에 머물렀다. 그렇기에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과 핵실험은 물론이고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에도 불구하고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을 보호하고 전략물자를 공급해가며 김정일체제 및 3대 세습까지도 후견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더 이상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30년간 계속된 경제성장과 군사력 강화로 중국은 제국의 위치인 G2로 부상했다. 북한보다 300배 이상의 국력을 갖게 된 것은 물론이고 자신감을 갖고 세계의 중국으로 나가가게 되었다. 따라서 방어기지로서의 북한의 가치는 하락되었다. 오히려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동북3성 개발을 본격화해야 하는 상황에선 현재와 같이 군사중심적 북한이 계속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군사안보적 목적만을 갖고 북한과 관계를 지속시키기 어려워졌고 폐쇄와 고립의 북한을 옆에 두고서는 중국도 더 이상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9년 원자바오의 북한 방문은 경제부문까지 확장된 중국의 대북전략의 전환을 의미하는 계기였다.

물론 중국으로선 급작스럽게 경제를 강조하며 개혁·개방을 요구하다 자칫 북한 붕괴를 초래됨으로써 통일된 대한민국으로 가는 것을 결단코 피해야 했다. 결국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배권을 노골화하면서도 김정일중심적 북한체제를 안정시켜 동북 3성과 연계시키며 편입 개발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북한이 경제적 함몰지역으로 남아 중국의 발전에 장애로 작용하기 시작했기에 북한의 지리적 위치와 정치군사적 성격상 아예 북한을 편입하여 연계 개발의 길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중국은 김정일체제를 안정시키면서도 북한을 동북 4성화하는 전략으로 간 것이다. 군사안보적 북한에서 경제산업적 북한으로 북·중관계의 확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김정일은 중국의 전략에 부응하면서도 그 대가로 자신 및 세습체제의 안정화를 달성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그렇기에 김정일은 계속해서 중국 공산당 지도자 중의 하나인 주보중 밑에서 공산당 활동을 한 지린, 하얼빈, 무단장 등 김일성 활동지역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추모방문하며 대를 이어 김정일·김정은 지배체제의 영구화를 보장해 달라는 시위와 충성맹세를 반복해야 했던 것이다. 김정일로서는 대를 이어 중국공산당에 충성하며 그 전략에 복무하는 대신 북한지역의 반문명적 지배만큼은 보장받겠다는 것이 세 번에 걸친 중국방문의 목적이었다.

그렇다고 중국 공산당과 북한 김정일의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과 김정일의 결속과 상관없이 자유와 민주, 그리고 번영을 지향하는 ‘인민’도 싹트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국주의 전략과 김정일의 야수적 통치에도 불구하고 인류 보편가치를 향한 북한 인민의 투쟁도 곧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것을 믿는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명확하고 분명한 것이다.〈황해민보 2011년 6월10일자 5면〉